
마침내 312 국도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보러(博乐)시에 도착을 했다.

내가 쓰는 토픽 뒷 가방이 유용한 걸 보고는 형님과 누나가 부러웠던 탓일까 구입하려고 했는데 정작 구할 때는
안 보인다. 한참이나 헤매다 오토바이를 탄 아주머니 소개로 좀 더 큰 자이언트 샵을 방문했는데 역시나
토픽가방은 없다. 그래도 예전부터 사고 싶었다는 디스커버리 져지를 발견하고 일단 저녁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들 지쳐서 기진맥진해버렸다. 왜냐하면 숙소 찾는 데만 무려 2시간 가까이
소비를 했기 때문이다. 여관이며 빈관 10여 군데에서 외국인이라고 퇴짜를 맞았고 소개를 시켜주는 곳이라고는

아이비후(艾比湖) 호텔...... 3성급 호텔이라 예상은 했지만 가격이 무려 200위엔(3만 6천원)......
보통 작은 여관에서는 외국인 투숙 가능 여부 자체를 모르는데 이곳에서는 모두 안 된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이 도시는 외국인에 대한 관리가 까다로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결국 몇 군데 더 시도를 해보고는
내일 노트북 구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묵기로 했다.
호텔에 묵는데도 어찌나 힘든지 어디에서 어느 도시를 거쳐 왔는지 다 물어보고 다음에 갈 도시와 나라를 불러달란다.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지나쳐 계속 가려고 한다니 순서대로 다 적더니 우즈벡 다음은 어디냐?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이러다 내 일정을 다 쓸 계획인가 보다 싶어서 그냥 터키에서 그냥 돌아간다고 그랬다.^^
다음날 아침 노트북 구입을 위해 호텔을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남, 여 공안이 와서는
여권을 보여 달란다. 걱정과는 달리 비자만 확인하고는 호의적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조심해서
여행하라는 말을 해주신다.
친절한 직원들의 소개로 컴퓨터만 전문으로 파는 상가를 찾아 여러 컴퓨터를 비교 분석 후 믿을 만한
싼씽(三星)의 넷북을 구입했다. 매장에 외장 CD-ROM 이 없어 주변에서 힘들게 구하고 한글판 윈도우를 설치하고 나니
벌써 오후가 되어버렸다. 일찍 떠난다는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그렇다고 비싼 호텔에서 또 묵을 수는 없고
저녁 6시에 짐을 달고 호텔을 떠났다.

신장에 있는 관공서 같은 곳은 북경시간을 적용하고 일반 사람들은 2시간 느린 신장 시간을 쓴다고 가이드북에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일반 사람들과 시간 약속을 하거나 시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도 신장시간을 쓰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북경시간으로 생활했는데 저녁 7시가 되어도 아직 주변은 환하다.

다음날 보러(博乐)시에서 312 국도로 향하는 길은 내리막이라 25km를 쉽게 달렸고 국도에 오르고 난 뒤에는
점점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쿠이툰(奎屯)시 자이언트 사장님께서 호수에 가기 전 오르막이 있을 것이라고 하더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인가 보다. ^^

국도를 달리다 만난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가 친절하게도 10km 이후에는 한참 동안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좋은 정보를 준 탓에 정확히 10km 뒤에 있는 아주 작은 휴게소에서 머물기로 했다.

도로변에 위치한 여관은 가격도 10원(1800원)밖에 하지 않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신분증 검사 따위가 없다는 것^^
자전거를 탈 때는 강렬한 햇볕에 아직도 더운 9월이지만 해만 떨어지면 한겨울이 따로 없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했더니 저 들판 아무 곳에다가 싸라고 하시던데 당연히 샤워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천만 다행인 건 샤워를 하려고 했더니 따뜻한 물을 가져다 주신다.
하지만 머리에 부은 물은 분명 따뜻한 물인데 발에 도착할 때는 냉수로 샤워를 하는 듯하다.
신장지역으로 오면서 땅이 척박해서 그런지 밥값이 좀 비싸지긴 했지만 따뜻한 밥이 들어가니 하루의 피로가 싹!!

다음날도 당연히 오르막이라 아침을 먹고 서둘러 여관을 떠났다. 한참이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나가 배가 째진다고 웃는다.

오르막길을 오르면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잠시 쉬면 순식간에 말라버려 그만......♡ ^_________^

일반적인 오르막길은 꼬불꼬불이라 '이 코너만 돌면 오르막이 끝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달리는데
이곳은 길이 거의 직선이라 '이 고개만 넘으면 끝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달리게 된다.
물론 결론은 눈앞의 고개를 넘어도 넘어도 새로운 고개가 나온다는 것......ㅡ.ㅜ

대만 여행 후 정말 오랜만에 오르막이라 똥줄 빠지겠다.ㅎㅎ

형님의 허벅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눈치를 챘지만 정말 강철 체력이다. 순식간에 오르막을 올라 짐을 숨겨두고
빈 자전거로 내려와 누나와 자전거를 바꿔 타고 다시 올라간다. 그럼 나는?? ㅡㅡ^ 개부럽......

마침내 고지를 정복했다. v^o^v
멋진 들판이 펼쳐지고 그 들판에는 양떼도 있고 종종 쌍봉낙타도 있는데 항상 멀리 떨어져서 있어서 자세히 보지 못한
낙타를 이곳 제대로 봤는데 인도의 단봉낙타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처음엔 겨우 등에 봉이 한 개냐 두 개냐 차이인줄 알았는데 다리며 목의 길이, 굵기, 얼굴의 생김새 등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근데 이 녀석은 봉이 기울어져서 무(無)봉낙타가 되어버렸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달리기도......ㅎ

낙타와 헤어지고 바로 저 멀리 2000m 넘는 고도에 있는 멋진 세리무 호수가 우리를 반겨준다.

금강산도 식후경!!

폴짝폴짝!! 고도가 높아지자 기온도 뚝 떨어져 엄청 추웠는데 몇 번 뛰고 나니 오히려.......^^

고도가 고작 2000m 조금 넘는데 엄청 춥고 바람 탓인지 라면을 뜨거운 냄비에서 그릇으로 옮기고
입에 넣으면 어느새 식은 라면이다. ㅡ.ㅡ^

중국에서 보기 힘든 맑고 푸른 호수에 달리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다.

비포장을 부지런히 달려 호수가 끝날쯤 몽골의 게르와 비슷한 유르트(yurt)를 발견하고는
저런 곳에서 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호객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혹은
달려서 미친 듯이 달라붙는다.

순식간에 10명 가까이가 우리를 둘러싸더니 자기를 따라가자고 팔꿈치를 잡고는 막 이끈다.
가장 먼저 호객을 하고 또 가장 싼 10원을 불렀던 아주머니를 따라서 고고!! 아주머니를 따라
가겠다고 했는데도 가는 중간에 계속 호객행위를 하고 아주머니는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팔을 잡고 당기고 난리도 아니다.

아주 가파른 오르막을 기어를 낮추면서 한 방에 확 치고 올라가는데 체인이 빠져 버리고 그만 엉켜서
풀 수도 없을 만큼 되어서 결국 힘으로 박살을 냈다. ㅡㅡ^ 다행히도 해가 떨어지기 전 체인링크로
수리를 하고 굶주린 배를 위해 요리를 주문!

예상은 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양고기 요리는 35원, 야채만 넣은 요리는
20원(3천 6백원), 밥은 한 공기에 5위엔...... 그래도 뭐 방법이 있나^^ 이렇게 큰 유르트를
세 사람이서 30원에 쓰니까 만족해야지^^

유르트 내부는 아래에서 찬 냉기가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로 바닥을 띄어놓았고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으며 주변에는 전통의상이며 이불까지 있다. 그래도 바닥에 발을 대면 엄청 차가웠는데
나무와 말의 똥을 태우는 난로를 설치해 주니 금세 내부가 훈훈해진다. 사진 좀 찍으러 밖에 나오거나
소변 좀 누러 밖에 나오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할 정도로 바깥 날씨는 춥다. 멋진 호수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난로 안에 있던 나무는 다 타버렸는지 새벽부터는 추위에 벌벌 떨었다. 머리맡에 여름용 오리털
침낭도 있었고 점퍼도 있었는데 너무 추운 나머지 침낭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귀찮아 그냥 잤다가
하마터면 동사하는 줄 알았네^^ 그래도 아침이 되자 아주머니는 신기한 물통을 가져와서는 따뜻한
물을 마시라며 권한다. 위로 석탄을 넣는데도 물이 금세 따뜻하게 데워지고 수도꼭지를 돌리니
따뜻한 물이 졸졸 나온다.

말들도 얼어 죽을까 봐 가죽을 덮어 놓았네^^ 그런데 오히려 해가 뜨고 나니 유르트 안 보다
밖이 따뜻하다. 아침부터 펑크 덕분에 땀 좀 흘리고 다시 출발!!

시작부터 비포장도로이더니만 끝도 없는 비포장도로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내리막이라는 것.
이 길을 거꾸로 올라오라고 했으면 아마도 혀 깨물고 자살을 하든지 히치를 해서 화물차에 실려서
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루무치에서 카자흐스탄으로 향하는 312 국도는 정말이지 지겨울 만큼 곧게 잘 만들어 놓았다.
물론 호수까지만...... 그 이후로는 심한 비포장에 꼬불꼬불한 도로인데 공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비포장 중간 아주 좋은 곳을 발견하고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라면과 밥...... 세면 세족......물 충전...... 베터리 충전......
자전거 여행 첫 달, 중국 동북지방 높은 산에서 흐르는 물은 깨끗하다고 막 퍼서 먹었는데 나중에
더 올라갔더니 쓰레기가 가득 고인물이 아래로 줄줄......ㅡㅡ^ 그 이후로는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음료수로 쓰진 않고 요리할 때만^^

워낙 길이 안 좋다보니 종종 이런 일도 생기는 모양이다. 수많은 화물트럭이 옆을 지나가는데
정말 재수 없었다면.........ㅡ.ㅡ^

오늘 아침 호수 끝나는 곳부터 포장이 말끔하게 된 평지까지 내려오는데 무려 38km에
어제 호수에 들어서서 달린 비포장까지 생각을 하면 40km가 좀 넘게 비포장을 달렸다.
천만다행인 것은 내리막이었다는 것. 그래도 하도 덜컹덜컹해서 손목이며 팔꿈치, 목, 어깨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래도 다들 똑같이 하는 생각은 코 없는 안장으로 바꿔서 천만다행이라는 것......
하마터면 나 닮은 2세도 못 볼 뻔.....ㅋㅋ
국경도시인 훨거스(霍尔果斯, khorgos, 콜거스)까지는 아직도 50km나 남았다.

부지런히 달렸지만 이미 해는 지고 곧 어둠이 내렸다. 물론 국경도 닫혔을 것이다.

야간 주행까지 하면서 결국 국경도시에 도착을 했고 얼은 몸을 녹이려고 따뜻한 저녁을 먹으며 주변에
괜찮은 숙소를 알아봤다. 역시나 외국인이라 안 되는 곳이 많았고 몸도 너무 지친 상태고 빨래도 밀려서
더 이상 입을 옷이 없어서 좋은 곳에서 내일까지 쉬고 모레 누나와 형님의 비자가 끝나는 날 카자흐스탄으로
입국을 하기로 했다. 60원(10,800원) 짜리 방은 트윈 룸이지만 너무 작아서 3명이서 들어갈 수 없고 스위트 룸은
100원(18,000원)이라 비싸서 고민을 하다 열심히 깎아서 80원에 이틀 묵기로 했다.^^ 일반 트윈룸에 안에는
응접실 같은 곳과 더블 룸이 한 개 더!!
늦은 시각까지 밀린 빨래를 하고 먼지를 뒤집어 쓴 가방도 깨끗하게 샤워를 시켜주고 다들 컴퓨터를 쓰는데
누나의 컴퓨터를 꼽는 순간 퍽!! 호텔에서 많이 사용하는 키를 꽂으면서 전원이 들어오는 장치가 터져버린 것이다.
차단기를 올려도 되지 않아서 아저씨를 불러 한 번 교체를 했는데도 퍽!!
늦은 시간이고 더 이상 교환해 줄 장치가 없다며 일단 다른 방에서 자면 내일 교환을 해 준다기에
다른 방으로 올라갔다. 형님이 가지고 있는 콘센트의 문제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숙소 전기 단자의
문제라 생각을 하고 노트북을 꽂았다가 또 퍽......ㅡ.ㅡ^ 결국 전원 장치 3개를 형님께서 해 드셨다.^^
결국 오늘은 그냥 자라는 숙소 아저씨의 말......ㅎㅎ 아마 분명 속으로 그랬을 것이다.
'기껏 싸게 방 줬더니 장치 값이 더 나오겠다고......'

밤에는 화려한 조명에 물까지 흘러 아주 괜찮은 분위기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똥물이다......
그래도 여자친구 집이 있는 광동성 동관에 비하면 아주 깨끗한 물이지만 말이다.ㅎㅎ
완전 시커먼 물에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게다가 심한 악취까지...... 혹시라도 빠지면 익사가 아니라
질식 혹은 피부병으로?? ㅋㅋ

하루를 쉬면서 주변 구경을 나갔는데 국경 도시답게 큰 쇼핑몰이 있다. 마을 자체도 아주 조용했지만
신장 사태 때문인지 상가는 아주 쥐죽은 듯 손님이 거의 안 보일 정도이다. 추운 날씨 탓에 난 모 양말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형님은 내가 쓰는 태양력 충전지를 샀는데 우리가 한국말을 하고 있으니 상가 사람들이
어디 사람이냐고 많이 물어보고 한국 사람이라니 놀라면서도 신기해한다.
역시나 드라마로 인한 한류 바람은 중국 구석구석, 방방곡곡까지 우리보다 앞서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
이동거리 : |
57 + 18 + 53 + 52 + 91 |
|
누적 |
8615 8633 8686 8738 8829km |
- SANY1276.jpg (342.1KB)(0)
- 01.jpg (443.2KB)(0)
- 02.jpg (483.7KB)(0)
- 03.jpg (453.5KB)(0)
- 04.jpg (364.0KB)(0)
- 05.jpg (344.8KB)(0)
- 06.jpg (107.6KB)(0)
- 07.jpg (324.4KB)(0)
- 08.jpg (351.4KB)(0)
- 09.jpg (302.3KB)(0)
- 10.jpg (535.0KB)(0)
- 11.jpg (285.1KB)(0)
- 12.jpg (304.9KB)(0)
- DSC03430.jpg (436.5KB)(0)
- DSC03437.jpg (281.7KB)(0)
- DSC03476.jpg (432.0KB)(0)
- DSC03477.jpg (438.3KB)(0)
- DSC_3089.jpg (465.8KB)(0)
- DSC_3091.jpg (357.1KB)(0)
- DSC_3104.jpg (353.0KB)(0)
- DSC_3105.jpg (364.4KB)(0)
- DSC_3109.jpg (284.3KB)(0)
- DSC_3124.jpg (311.0KB)(0)
- DSC_3127.jpg (354.8KB)(0)
- DSC_3129.jpg (564.7KB)(0)
- DSC_3132.jpg (313.2KB)(0)
- DSC_3150.jpg (461.2KB)(0)
- DSC_3156.jpg (367.9KB)(0)
- DSC_3160.jpg (484.0KB)(0)
- DSC_3185.jpg (150.5KB)(0)
- DSC_3187.jpg (331.7KB)(0)
- DSC_3197.jpg (377.1KB)(0)
- DSC_3205.jpg (389.8KB)(0)
- DSC_3208.jpg (392.5KB)(0)
- DSC_3236.jpg (343.4KB)(0)
- DSC_3243.jpg (232.3KB)(0)
- SANY1272.jpg (384.2KB)(0)
- SANY1273.jpg (246.4KB)(0)






